WHAT IT IS
릴스 하나 올리고 나면 그 다음 30분은 늘 똑같죠. 새로고침, 조회수 확인, 또 새로고침. 잘 나오면 하루가 좋고 안 나오면 하루가 날아가고요. 근데 여기서 진짜 아까운 건 조회수가 아니에요. 그 영상을 끝까지 본 사람이 '이 사람 거 더 볼래'로 넘어갈 통로가 아예 없다는 겁니다. 좋아요 누르고, 스크롤 내리고, 끝. 다음 편이 없으니까요.

그래서 메타가 여기에 손을 댔습니다. 6월 초 TechCrunch가 전한 내용인데,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릴스를 '시리즈(Series)'로 묶는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어요. 릴스 하나하나가 에피소드가 되고, 프로필에는 그 시리즈만 모아두는 전용 허브가 생깁니다. 시청자가 피드나 릴스 탭을 넘기다 에피소드 하나를 만나면 거기서 시리즈 전체로 이동하거나, 나중에 보기로 저장해 둘 수 있고요. 목적은 아주 노골적입니다. 한 편 보고 이탈하는 대신 다음 편으로 넘어가게 만드는 것.
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게 하나 있어요. 새로 올리는 릴스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. 기존 릴스도 시리즈로 묶을 수 있어요. 그동안 흩어놓은 영상들이 그대로 에피소드 목록이 될 수 있다는 뜻이죠. 사실 이 경험은 틱톡에 이미 있던 거고, 메타가 뒤따라간 겁니다. 따라갔다는 건 그만큼 효과를 확인했다는 얘기이기도 하고요.
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에 인스타는 반대편 문도 하나 열었습니다. Social Media Examiner가 7월에 정리한 'Your Algorithm'인데요. 인스타가 나에게 배정해 둔 관심 토픽 목록을 사용자가 직접 열어보고, 토픽을 추가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설정 패널입니다. 적용 범위는 릴스와 탐색, 메인 피드까지고 스토리는 빠져 있어요. 알고리즘을 읽는 쪽이던 시청자가 편집하는 쪽으로 넘어간 겁니다.
다만 이 설정 패널에 너무 큰 기대를 걸 필요는 없습니다. 다룰 수 있는 건 넓은 카테고리 수준이고, 애초에 이런 기능이 있다는 걸 아는 사용자도 많지 않아요. 그래서 '토픽 설정에 맞춰 계정을 재편하라'는 얘기가 아닙니다. 제가 주목하는 건 방향이에요. 플랫폼이 시청자에게 '당신은 뭘 보고 싶은가'를 대놓고 묻기 시작했다는 것. 그 질문에 내 계정이 한 단어로 답해질 수 있느냐가 남습니다. 낱개 릴스는 그 한 단어를 못 만들어요. 오늘은 요리, 내일은 브이로그, 모레는 정보성. 사람 눈에도 안 잡히죠. 반대로 시리즈는 그 자체가 라벨입니다. 묶는 순간 계정에 이름표가 붙어요.
아담 모세리가 해온 말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. 사용자들이 사적인 참여로 이동하고 있다고, 스토리와 DM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고 했어요. 또 다른 자리에서는 인스타그램이 추천 기반 모델로 옮겨간 마지막 주요 플랫폼 중 하나였다고도 했고요. 월 3.99달러짜리 인스타그램 플러스가 하필 스토리부터 건드린 것도 그래서예요. 구독자의 스토리를 팔로워 스토리 줄 맨 앞에 놓아주고(Story Spotlight), 24시간이던 유지 시간을 48시간으로 늘리고(Story Extend), 스토리 시청자를 목록으로 분류하게 해줍니다(Multiple Story Audiences).
규모 얘기도 빼놓을 수 없죠. Social Media Today가 7월 말에 짚은 대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, 왓츠앱은 각각 월간 활성 사용자 30억 명 이상을 쥐고 있습니다. 이 크기의 판에서 '한 편 보고 나가기'를 '다음 편 보기'로 바꾸는 실험이 시작된 거예요.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의외로 단순합니다. 앞으로 올릴 릴스마다 '이건 무슨 시리즈의 몇 번째 편인가'에 답할 수 있게 만드는 것. 저는 이걸 에피소드 1 규칙이라고 부릅니다.
- 30억+
- 각 앱 월간 활성 사용자
- 인스타그램·페이스북·왓츠앱 각각
- $3.99
- 인스타그램 플러스 월 구독료
- 48시간
- 스토리 유지 시간
- 기존 24시간 → 두 배
낱개로 쌓아둔 릴스는 아카이브가 아니라 재고입니다. 묶어야 다음 편이 예약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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